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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이야기

여러 가지 경험담과 실패담, 아토피 상태, 자신만의 관리 노하우 등 아토피 관련 이야기와 정보를 공유해요.

[아토피맘 이야기 10] 아토피 고생담
제목 [아토피맘 이야기 10] 아토피 고생담
작성자 아토피맘 (ip:)
  • 작성일 2015-12-07 09:58:37
  • 추천 추천 하기
  • 조회수 513
  • 평점 0점

우리 아이들 아토피가 제일 심했을 때 고생했던 얘기들을 해 볼까 한다.

다 지난 일인데 무용담도 아니고 고생담을 굳이 꺼내 하는 이유는, 보시는 분에 따라 '우리 애만 이렇게 심한 게 아니구나.', '우리 애는 심한 것도 아니구나.' 이렇게 공감이나 위안을 삼으시고, 이렇게 심했던 아이들도 아토피를 이겨냈으니 희망을 가지시라는 의미에서다.

 

우리 아이들은 심했을 때 기준으로 보자면 전신 중증 아토피였다.

전신에서 멀쩡한 피부색을 가진 부분은 얼굴과 발바닥 뿐이었다.

그나마 둘 다 얼굴 아토피가 심하지 않은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큰 애는 전신에 오돌토돌 올라온 소위 말해 도돌이들이 쫙 깔리고 진물과 딱지, 다리 접히는 오금에는 많이 긁어 색소침착이 심했다.

작은 애는 전신이 화상 입은 것처럼 벌겋게 부어올랐고 손등, 발등, 허벅지 등은 하도 긁어 코끼리 등처럼 두껍고 딱딱하게 되는 태선화 증상이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밤새 진물이 굳어 이불이 아이들 피부에 붙어 있다.

비명 지르고 피를 봐가며, 물을 발라가며 이불을 떼 내어 요와 이불을 털면 하룻밤에 나오는 각질이 한 주먹씩은 된다.

진물이 여름철 땀처럼 온몸에서 줄줄 흘러나와 가까이 가면 비릿한 진물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했다.

 

한 번은 "우탁아." 하고 큰 애를 불렀더니 고개를 돌리지 못해 몸을 돌리면서 "." 하고 대답한다.

왜 고개를 못 돌리는지 봤더니, 뒷목에 진물이 나왔다 말라 딱딱해져 고개가 안 돌아가는 거였다.

 

마찬가지로 다리 오금에 진물이 나왔다가 말라 다리가 안 펴져 한동안 절뚝거리며 걸어다닌 적도 있었다.

무리해서 돌리거나 펴면 피부의 약한 부분이 찢어져 피가 나기도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작은 아이 윤이는 하루종일 긁어대느라 아무 것도 하질 못 한다.

긁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심할 때는 욕조에 목초액 타서 물 받아 몸을 담그게 하고 욕실에서 밥을 먹이기도 했다.

그나마 물에 담그고 있을 땐 덜 긁으니까...

 

어느날은 윤이가 손가락이 접혀서 펴지질 않는다고 울면서 달려온다.

"엄마, 손가락이 안 펴져."

하도 긁어서 긁는 자세 그대로 손가락이 굳어져 펴지질 않는 거였다.

내가 살살 힘을 줘가며 뚝 소리 나게 펴주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정형외과 병원에 갔다.

의사가 신기하다는 듯이 내린 병명은 '방아쇠 수지'였다.

총을 많이 쏘는 군인이나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성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손가락 관절염의 일종이라는 거다.

두 돌 밖에 안 된 이렇게 어린 아이가 방아쇠 수지에 걸린 건 처음 본다면서 심해지면 수술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토피가 심한 것만 해도 힘든데 합병증으로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니 청천벽력도 아니고 설상가상이었다.

 

다행히 보조제를 먹으며 아토피가 서서히 좋아지면서 긁는 강도나 횟수도 줄었기에 방아쇠 수지 현상은 자연스럽게 없어졌지만, 그 어린 것이 아토피 때문에 손가락 수술까지 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아토피에 간혹 발생하는 다른 합병증 중 하나는 백내장이다.

커뮤니티에서 만난 한 분은 아들이 좀 큰 아이였는데 얼굴 아토피가 심했다.

가려움은 참기 힘들고 긁으면 피가 나니까 궁여지책으로 아이가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고 한다.

수시로 강하게 얼굴을 때리다 보니 안구에 충격이 전해져 시력이 점점 나빠졌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백내장 수술도 받았지만 시력이 너무 나빠져 안경을 쓰고도 교과서의 글을 읽을 수가 없어 일반 교과서 활자의 몇 배 크기로 나온 특수한 교과서를 구해다가 공부를 한다고 했다.

 

긁으면 피 난다고 얼굴을 때리는 건 절대 안 된다.

좀 큰 애가 가렵다고 얼굴을 때리면 이 얘기를 해 주면서 말려야 한다.

아토피는 잠시 괴로웠다 지나갈 수 있지만, 시력은 한 번 잃으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아토피로 인한 고생은 당사자가 제일 심한 것을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부모라도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순 없다.

하지만 환자 뿐 아니라 온가족을 고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 게 바로 아토피다.

 

하루종일 울부짖는 비명소리와 벅벅 긁는 소리 속에 밤늦게까지 애들 재우느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해가 뜨면 침구 털고 쓸고 닦고 빨고 삶고...

먹는 것도 남들 다 먹는 간편식, 인스턴트 음식은 꿈도 못 꾼다.

구할 수 있는 대로 다 유기농으로 구해서 직접 다 만들어 먹여야 하고, 나 같은 경우는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라고 유기농 현미를 사다가 집에서 발아현미를 길러 100% 발아현미밥을 해 주기도 했다.

 

매일 목욕시키고 온몸에 보습제 발라주고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발라주고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잠깐 낮잠이라도 들면 틈틈이 아토피 정보 검색하며 열심히 공부도 하고, 나의 경우엔 아토피 장사까지 병행하다 보니 지금 생각해 봐도 그 때 어떻게 살았나 싶다.

 

많은 아토피맘들이 오죽하면 생지옥이 따로 없다고까지 얘기를 한다.

아토피로 인한 고생은 육체적인 고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이 어떤 경우엔 더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다음 번엔 그 얘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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