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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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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맘 이야기 01] 유전적 요인, 엄마의 음식 알러지와 민감성 피부
제목 [아토피맘 이야기 01] 유전적 요인, 엄마의 음식 알러지와 민감성 피부
작성자 아토피맘 (ip:)
  • 작성일 2015-12-03 16: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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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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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그 해 복숭아 철이 돌아와 처음 사 온 복숭아를 맛있게 하나 뚝딱 해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눕자마자 뱃속이 뒤집어질 듯 가렵고 온 몸이 폭발할 것 같아 일어나 거울을 보니, 그 때 유행하던 말로 웬 '헐크'가 거울 속에 있는 게 아닌가?

온 얼굴이 퉁퉁 부어 보름달이 돼 있고 눈 주변과 입 주변은 특히 시뻘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심지어 아랫 입술 안쪽도 잔뜩 부어올라 입을 다물 수도 없게 되어, 나도 나를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참담한 내 모습을 본 집안 식구들이 대경실색을 해 근처 의원으로 업고 뛰었다.

주사라면 질색팔색을 할 어린 나이인데도 얼마나 몸이 아팠으면 초보 간호사가 혈관을 못 찾아 주삿바늘을 다섯 번도 넘게 찔러대는데도 그건 하나도 안 아팠다.

그저 "빨리 놔 주세요. 빨리 놔 주세요."만 되풀이하다 어렵사리 스테로이드 주사를 한 대 제대로 맞고 누워 있는데,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두드러기와 염증, 통증이 봄눈 녹듯이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나의 음식 알러지 역사는 시작되었이다.

그 전해까지만 해도 나는 복숭아도 잘 먹고 음식 알러지가 전혀 없었다.

 

6학년 때 단짝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복숭아를 주길래 알러지가 있어 못 먹는다 했더니 농담인 줄 알고 복숭아 먹던 손으로 내 얼굴을 문질러댔다.

얼굴이 너무 심각하게 난리가 나니까 친구가 "미안해. 미안해." 하며 울면서 뜬금없이 집에 있던 호랑이약(?)을 발라줬다.

 

한 번은 세수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자마자 바로 얼굴이 뒤집어졌는데, 알고 보니 동생이 복숭아 먹은 손을 안 씻고 수건에다 닦았다고 한다.

 

언젠가는 큰 방에서 공부인지 독서인지를 하고 있는데 자꾸 가려워서 돌아봤더니, 동생이 방 반대편 구석에서 복숭아 통조림을 따먹고 있었다.

그 전에 누구는 복숭아 털 때문이라고 해서 한 번은 복숭아 껍질을 벗기고 과육을 말끔히 씻어 시도해 보긴 했으나 결론은 역시나...

성분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복숭아 통조림에도 반응을 했던 거였다.

 

복숭아 철엔 과일가게 앞만 지나가도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서 멀리 돌아갔던 기억도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자판기에서 과일향 드링크를 간혹 뽑아 먹었었는데, 합성향이라 복숭아맛을 먹어도 괜찮았다.

복숭아 알러지라도 어릴 때 먹었던 복숭아 맛을 알기에, 베어 물면 과즙이 뚝뚝 흐르고 아로마틱한 향이 온 입에 퍼지는 복숭아 맛이 가끔은 그리웠다.

어느 날은 똑같은 걸 뽑아 먹었는데 온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서 포장을 살펴 봤더니 'New~! 천연 복숭아 과즙 10% 첨가'라는 문구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었다.

 

복숭아 알러지가 시작된 이래로, 복숭아 뿐 아니라 복숭아처럼 엉덩이 모양으로 가운데가 쪽 찢어진 과일들은 입에도 못 댔다.

천도복숭아는 물론이고 자두, 살구, 앵두, 체리, 버찌 등...

앵두 세 알 먹고 죽을 뻔 했던 적도 있다.

 

어떤 때는 사과 중에 톡 쏘는 맛이 있는 홍옥 같은 걸 먹어도 두드러기가 났다.

요즘은 사과 품종이 부사로 획일화되어 사과에는 문제가 없지만 예전에는 국광, 인도, 골덴, 스타킹 등 꽤 여러 종류의 사과 품종이 시판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끔은 그 때의 다양한 사과들이 그리워진다.

 

어쨌든 나의 특정 음식 알러지는, 좀 아쉽지만 그것만 안 먹으면 되는 거였다.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나 지장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사소한 음식 알러지 병력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이전엔 생각도 못 했었다.

 

게다가 피부도 꽤 민감한 편이었다.

 

대학교 때 비타민 C가 함유된 미백화장품을 썼다가 피부가 홀라당 뒤집어져 일주일간 두문불출하고 난 후부터 화장품은 민감성 피부용만 썼다.

 

외국 여행을 가면 항상 초비상.

첫 직장에서 일본 출장을 갔다가 얼굴이 홀딱 뒤집어져 고생을 했었는데, 그 뒤 홍콩에 갔더니 또 온 얼굴에 수포가 쫙 깔리면서 물집이 터져 돌아올 땐 얼굴이 권투 10 라운드 뛰고 온 선수처럼 되어 있었다.

다행히 미국에 갔을 땐 조심조심을 해서 그런지, 땀 안 흘리는 시원한 계절에 가서 그런지 괜찮았다.

 

찜질방 문화가 시작된 이래 찜질방에 처음 간 날도, 계속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다가 자극이 되어 얼굴이 완전히 초토화됐다.

지금도 찜질방엔 웬만하면 안 가거니와, 가더라도 뜨거운 방엔 안 들어간다.

 

정체불명의 화장품은 샘플도 사용하지 않고 어딜 가나 내 화장품은 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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